사명으로 경영하라

비영리 조직은 사명의 완수와 이사회의 효과적 운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지 말로만 떠들어대는 것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실로 중요한 분야인 지식 근로자의 동기 부여와 생산성 향상에 있어 그들은 진실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직의 경영이 사명과 사명의 완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아마도 기업이 비영리 조직에게 배워야 할 첫 번째 교훈일 것이다. 사명에서 출발하는 것은 조직으로 하여금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한 목적이 뚜렷한 조직이 될 수 있게 해준다. - 피터 드러커, 변화 리더의 조건

초기 창업자는 자신감이 충만하고 열정이 넘친다. 그래서인지 '나만 믿고 따라와' 같은 말은 종종 하는데 이런 태도는 솔직히 별로다. 못 믿겠다는건 아니다. 다만 너만 믿고 가기는 좀 불안하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개인의 지식과 시야와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개인의 자신감이나 호불호 그리고 서로간의 신뢰를 뛰어넘는, 의사 결정과 동기 부여를 위한 보다 높은 기준과 목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사명과 비전!

아무리 어려워도 똘똘 뭉칠 수 있는 집단의 형태는 결국 두 가지. 하나는 의리로 똘똘 뭉친 의협 집단이고 다른 하나는 사명과 비전에 감화된 일종의 종교 집단. 그런데 의협 집단은 유비 관우 장비 같은 3총사 이상의 규모를 넘기 어렵다. 그 중에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위대한 사명과 비전은 특별한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 비전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규정한다 - 아트루트 쇼펜하우어
애플의 부사장이었던 제이 엘리엇이 애플 퇴사자에게 애플의 어떤 점이 가장 그립냐고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원대한 비전과 함께, 회사 전체로 파문처럼 지시사항을 전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입니다.' 이는 이른바 해적 조직을 표방하는 애플의 강점과 더불어 비전의 중요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사명은 경영자 개인의 역량을 뛰어넘는 핵심 가치 제안. 이러한 사명을 추구하는 위대한 비전은 조직 구성원들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며 고객과 투자자를 감동시킨다. 변화와 선택의 갈림길에서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사명은 모든 의사 결정의 기준이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대내외적 명분이다. 경영자의 본질적인 역할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목표와 크고 작은 목표들 사이의 우선 순위를 정하여, 어떻게든 실행해 나아가는 것이다.

사장의 지상 과제는 ‘생존’ 아니냐고? 물론 생존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벤처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사명과 비전 없는 생존은 결국 표류와 다름 없다. 쪽배를 타고 변화무쌍한 망망대해를 해쳐 보물섬을 찾아 나아가려면 적어도 아득히 보이는 별빛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명과 비전이 밥 먹여 주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하는 꿈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하늘을 목표로 삼지 않으면 종탑도 치지 못한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결코 그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Company culture is everyday core values and actions of each member of the team in pursuit of company's mission - Alfred Lin, Former COO of Zappos and Partner of Sequoia Capital
사명과 비전을 부정하는 사람은 비전에 사로집히면 생각이 편협해지거나 뜬구름만 잡으려 든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편협해지는 이유는 사명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고, 섣불리 뜬구름만 좇는 이유는 비전이 위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확한 사명과 위대한 비전을 품은 자는 현실에 굳게 발을 딛고 차근차근 한 걸음씩 비전을 향해 나아간다.

사명과 비전은 로드맵과 다르다. 사명과 비전이 궁극적 방향을 제시한다면, 로드맵은 보다 구체적인 중장기 목표들을 나열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큰 그림은 사명보다 로드맵에 가깝다. 로드맵이 말 그대로 지도라면 사명은 북극성. 정글 또는 사막 같은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지도는 언제든 수정될 수 있기에 방향을 가늠할 북극성이 필요한 것이다.

수익 모델만 명확하다면, 사명과 비전 없이도 당장 사업을 꾸려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사명과 비전이 없다면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기는 어렵다. 길지 않은 익숙한 여정이라면, 당장의 목적지만 향해 가더라도 큰 무리는 없겠지만, 미지의 세계로 머나먼 탐험을 떠날 기업가라면, 저 멀리 북극성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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